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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산행. 본문

여행/국내 여행

선자령산행.

현무랑 니니 2013. 11. 1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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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벌써 겨울의 문턱이다.

강원도 영동과 영서를 가로지느는 대관령에 절경이 하나 있으니 그 이름이 '선자령'이다.

여섯 살 꼬맹이와 함께 가는 산행이 쉽지는 않을 것인데 이른 아침에 깨워서인지 울고 보채는 걸 겨우 달래서 집을 나섰다.

하루 일정으로 서울에서 선자령을 다녀오려고 7시에 출발을 했다.


영동고소도로는 토요일 이른 시간에도 어김없이 막혔다.

10시가 훌쩍 지나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고 곧 점심 시간이 될 듯하다.

아이의 점심이 문제인데 미리 준비한 샌드위치와 간식 거리로 달래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풍해 조림지 샘터 선자령 정상 전망대 국사성황사 대관령 휴계소로 돌아 오는 길을 잡았다.


대관령 휴계소에서 출발하여 선자령 정상까지 가는 길목의 이정표만을 찍어둔 사진을 먼저 올린다.

012345678910111213

첫 등산로 안내문에 선자령까지 5.6km인데 제법 경사가 되는 곳도 여러 군데 있었고 전날 내린 비로 진흙이 많아 걷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두시간 지날 무렵부터 아이가 지치기 시작하는데 갈길은 멀기만 하고 자주 쉬니 일행은 멀어지기만 한다.


그래도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오는 아이가 대견스럽다.

겨울을 목전에 둔 산이라 그런지 나무 가지에 남은 잎은 거의 없고 스산한 모습이다.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해서인지 산 정상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 발전기의 모습이 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중간 중간 오르막에서 찍은 사진을 몇 장 올려본다.

풍력 발전기 크기에 압도되었다. 너무 큰 현대식 풍차.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니 옛 시골 길의 느낌이 든다. 언제 이런 길을 걸었더라?

양떼 목장 옆에 철책으로 높게 담을 쳐두었다. 담 높이 만큼 마음의 벽이 높아지는 것 같아 지나는 걸음이 무거워졌다.

얼마전까지 푸르렀던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구고 스산하게 서있다. 자연의 변화는 언제나 극명하게 다가온다.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겨울 목전이나어제 내린 비로 제법 많은 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흘러 바다로 가기 마련인 것을 4대강을 막아버려 무수한 생명을 죽여버린 무지한 한국민이 받을 댓가가 두렵지도 않은지...

죽어버린듯 보이는 활엽수 아래로 막 자라나는 어린 침엽수들이 보인다. 늙은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깨닫게 해준다.

혹한의 겨울이 나기 위해 나뭇잎을 떨구는 나무의 지혜를 빌려야겠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욕심과 욕망을 버려 생존의 길을 찾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화력, 원자력 발전보다 친환경이라는 풍력 발전기다. 그러나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져 버린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정상에 다가가기 전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바람개비 같은 풍력 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미약한 바람에도 천천히 돌아간다. 아이가 날개 끝이 왜 붉은 색이냐고 계속 물어 오는데 끝이 붉어야 새들이 놀라서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둘러댄다. 이럴 땐 너무 난감한데 달리 떠오르는 답은 없고 아이의 질문이 언제나 화두로 다가온다.

정말 거대하다. 발전기 8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낙뢰나 겨울 얼음이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선자령 길은 풍차 길이라고도 하는데 정상에 오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수십개의 풍차가 돌아간다. 갑자기 돈키호테처럼 돌진하고 싶다. 자연을 훼손하는 풍차를 향해!

내려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쉬워 걷기에 편하였으나 지쳐버린 아이를 업고 내려 가려니 힘들기 그지 없다.

전망대를 건너뛰고 바로 돌아왔으나 네시를 넘겨 버렸다.

차에 오르니 아이는 바로 눈을 감고 잠이 들어버린다. 

아이의 새근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도 잠이 든다.

꿈 속에서 선자령 정상 풍차들 사이로 아이와 뛰어 놀고 있을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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